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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흘러 좋게좋게 다시 만남 좋지좋아

아크로팬 : 류재용 | 기사입력 : 2013년 05월 20일 22시 40분

World IT Show 2013(이하 WIS 2013, http://www.worlditshow.co.kr) 개막을 앞두고 열린 프레스 대상 행사에서 오랜만에 완성되어 나타난 물건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거 프로토타입 본 게 2007년 경이니까 6년도 넘은 듯. 이건 다른 게 아니라, CUDA 머신이다. 슈퍼컴퓨터라고도 불리고 HPC(High Performance Computer)라고도 불리는 그거. (헤테로지니어스 컴퓨팅란 용어는 요즘 글고보니 안 쓰는 듯)


이게 참 생각치도 못한 게, 이런 게 WIS 2013에 나올줄은 몰라서 그렇다. WIS 2013 자체가 아무래도 국내 대기업 주도이다 보니, 하이테크 머신들은 대대로 네트워크 테스트 기기나 M2M(Machine to Machine) 기기 정도가 다여서 하이테크 행사로는 볼 수 없는 게 현실. 일반 관람객들이나 바이어들에게 의미야 분명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Geek들의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설마란 생각조차 없었는데...


소위 그 자랑스러운 IT 분야 대기업들이 하이테크나 국민과 민족을 위한 교양 함양과는 무관한 글로벌 기업의 길을 간 지가 벌써 오래된 형편이다. 저 천조국(!) 미국에는 차마 비교도 못하겠고, 하다못해 대만 기업들과 비교해도 하이테크 관련된 여러 소스의 보급 노력을 내 경험 상 지난 십여년 동안 못 봤다. 광고로 막아 될 문제가 아닌데, 다들 그렇게 제 자리 지키고 제 갈 길 갔으니 이젠 돌이킬 수도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국제수준의 전문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전문매체란 게 가내수공업 하는 아크로팬 하나 남고 전멸. 근데 여기서 이걸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란 게 한국에는 리딩컴퍼니 없는 셈 치고 보도자료나 Ctrl+C/V 하는 거 외엔 시간낭비 안해서. 아는 사람 알겠지만 기자실에도 홍보실에도 지난 5년여 넘게 아예 출몰을 안 했다는. 왜냐면 진짜 한국 대기업은 정말 그게 다라 절망해서. 한국에서 못 구하는 자료라는 거, 중국 미국에서 다 구하긴 하는데, 이게 얼마나 빈정 상하는 일인지 잘 겪어봐서 이젠 멘탈 약해서라도 안 한다. 나도 너무나 지쳤고.



▲ 요즘은 4U 랙 타입 서버 안에 메인프레임 레벨 슈퍼컴퓨터가 만들어지는 세상.



▲ 논문에 인명부나 늘리며 연명하는 중생들과는 무관한 물건. 진짜로 하는 사람들만 쓸 물건.


어쨌든. 별 기대 없이 아는 사람이나 있나 지나가다 들른 자리에서 코코링크에서 출품한 'CliC 80000'이 왜 눈에 확 들어왔냐면, 이 물건 자체가 갖는 의미가 산업계에서 '전기' 까지는 안 되어도 '전화' 수준은 되어서. 예전에 CUDA 처음 나올 적에 게임이나 하던 그래픽카드를 연산 가속기로도 쓸 수 있게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렇게 얻을 수 있는 퍼포먼스라는 게 매우 좀 많이 경이적인 거다.


거기에, 집에서 그냥 PC로 10년 전에 집채만하던 슈퍼컴퓨터만한 성능을 낸다는 게, 경차 한 대 값도 안되는 돈으로 가능해졌다는 건 정말 포인트가 되는 것. 가격대성능비의 이점이라는 게 그런 거다. 엄청난 성능을 예전보다 매우 낮은 가격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이점. 사실 해외에서는 이런 거 정말 엽기적으로 해대서, 옆 나라 중국에선 그래픽카드 설계까지 변조해서 찍어내는 거 찾아 보면 있다. 알면 알겠지만...


문제는 중국에서 하는 일련의 행위는 철저하게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 필요한 사람이나 회사가 만들어서 쓴다는 점 정도. 우리나라같이 기괴한 SI 하청문화가 만연한 곳에서 코딩도 알아서 PCB 찍는 것도 알아서 하라고 하면 할 곳 별로 없을테니 상품화가 좀 많이 더딘 편이다. 그나마 예전에 CUDA 처음 나왔을 적에 엔비디아가 내건 비전에 빠져서 원년 즈음에 시작한 곳이 있어서 그나마 한국에서도 나온 셈.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젠 IT 기술은 너무 고도화되어서 그 '대세'가 된 기술이라는 걸 알파/베타 버전 때부터 직접 다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상품화 가서 (너무 어려워서) BM 자체가 자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때문이다. 중간에 어디서 펀드 유치해서 대충 자리 만들고 허세 떨면 IT 기업 종사자로 멋드러진 줄 아는데, 그거야 한 십 수년 전 벤처거품 시절 이야기고, 요즘은 IT 그 자체가 어려워져서 그 따위로 하면 망한다. 어떻게 연명하더라도, 레스토랑으로 치면 셰프가 아니라 설거지나 하는 수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뻔하달까?



▲ 지포스 타이탄으로 동급 테슬라를 찜 쪄 먹는 위용을 자랑한다.



▲ 지금의 가성비는 지포스 타이탄에서 'CUDA 더블 프리시전 활성화'가 되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


일정 수준 이상의 기사가 안나오면서도 참 열심히도 여기를 밀어내고 나가는 곳들 네이버 뉴스캐스트 이후로 속출하고 있다. 이젠 그거 하나하나 챙기기에 내가 열이 받아서 그 뒷수습들에 아예 손 떼고 맘대로들 하시라고 내다 버린 일이 되긴 되었지만, HPC랑 데이터센터 아이템들 BMT 다 하는 유일한 곳이 또 여기라는 역설이 여전하다. 어차피 돌고 돌아 다 내 일이 되는 상황. (그래서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경지. 웃기게도) 이거 오픈하고 7년여 별 일 다 겪으면서도 여기까지 해낸 것은, 그냥 나 스스로가 다 배워서 어떻게 다 그 사건사고들 막아낸 덕분. 처음엔 돈 없어서 아끼려고 내가 배워 한 건데, 세월 지나고 보니 나 이상의 전문가가 한국인 중에 없긴 하더라. 물어볼 곳이 하나가 없어서 그냥 내가 다 공부해서 나 혼자 알고 만다. 이제는... 단, 인터넷 저널리즘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 나만 하는 일이라 그렇게 된 거지만 어쨌든.


웹 서비스 그 자체로서는 하스웰이 아니라 네할렘 이전 뎀프시 갖고도 떡을 치는 상황 속에서, 개인적으로 HPC를 계속 주목하는 이유는 데이터 저널리즘 고도화 측면에서의 가치라는 게 있어서다. 내가 직접 코딩하는 건 아니지만, 공란으로 남겨둔 아키텍트랑 관련도 있겠고, 아무래도 아크로팬 자체가 나 공부하자고 만든 곳이라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있으면 만사 젖히고 그거 따라 가는 게 또 일이기도 하겠고 겸사겸사. 이런 그냥 호기심으로 살 가격(?)까지는 안 내려왔지만, 테슬라가 아니라 지포스를 쓴 덕분에 성능대비론 경이적으로 싼 편.


오히려 걱정이라면, 지금의 가성비가 CUDA 더블 프리시전을 지포스에서도 쓸 수 있어서 라서인데... 설마 이걸 막지는 않겠지 라는 거. 기술혁신이라는 게 독과점 입장에 막히는 게, 당장의 돈벌이가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게 있는데... 사실 지금의 혁신은 이 부분을 건드린다. 기술적인 (귀찮기 짝이 없는) 부분을 알아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긴 한데, 이건 주기적으로 열리는 GPU 관련 컨퍼런스를 주목하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거기에서 안 막은 거 확인되면 일단은 그 당장 다음 세대까지는 이어질 수 있기에.



▲ '테슬라' 아니다. 우리가 아는 그 '지포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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