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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종사’ 전설이 된 무술, 예술이 된 인생

기사입력 : 2017년 10월 27일 15시 52분
ACROFAN=권오길 | acrofan SNS
사진 : EBS
28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일대종사’ (원제: 一代宗師)를 방영한다.


‘한 시대에 모든 사람이 존경하고 우러러 보는 인물’이 곧 ‘일대종사’다. '일대종사' 속 무도의 세계에서 그런 인물은 ‘정중동’(靜中動)을 안다. 잽싸고 날렵하며 강력한 액션으로서의 무술이 아니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듯하지도 않게 어느새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을 바로 세운다.

엽위신, 구예도 감독의 '엽문' 시리즈와 달리 '일대종사'는 엽문의 생애나 영춘권 본연의 액션에 주목하는 데는 관심을 덜었다. 대신 치열한 무예의 세계 한가운데서 각각의 인물들이 느끼는 절대적인 내면의 고독에 집중한다. 인물들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한다기 보다는 결국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길 위에 서 있는 인물의 실존적 고뇌를 절제된 액션으로 표현하는데 치중했다. 독백에 가까운 대사들이 많은 이유다.

영화는 액션의 강도를 높여가는 여타의 액션물과 달리 '일대종사'는 우아하고 격조 있는 고요 속의 일격을 보여준다. 특히 물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엽문과 일선천(장첸)의 빗속 액션이다.

양조위는 대역 배우 없이 직접 이 장면의 액션을 소화했다. 특히 장쯔이는 왕가위 감독의 요청으로 촬영 4년 전부터 팔괘장을 연마해 대역 없이 액션을 소화했다. '영웅: 천하의 시작', '연인', '야연' 등에서 보여준 액션배우로서의 면모가 한층 성숙한 듯하다.

또한 물은 때론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억수 같이 쏟아 내리는 장대비는 인물의 움직임을 더욱 힘 있게 보이게 하면서도 미쟝센으로서의 아름다움을 확보한다. 눈발은 때론 복수를 다지는 궁이의 속내를 은유하기도 한다.

엽문이 아내 장영성(송혜교)을 떠올릴 때는 아내의 얼굴 위로 내리는 비가 엽문의 심리를 대변한다. 강 대 강으로 맞불을 놓는 식의 액션 대신 더없이 고요하면서도 그 안에 정확한 힘을 쓸 줄 아는 액션의 묘가 일품이다. '영춘권' '정무문' '킬빌' 등 중국, 홍콩, 할리우드의 중요한 액션영화에 빠지지 않고 기여해온 원화평 무술감독의 솜씨다.

여기에 '동방불패', '신용문객잔' 비롯해 왕가위 감독과 '열혈남아' '아비정전', '동사서독', '중경삼림' 등으로 호흡을 맞춰온 장숙평 미술감독까지 가세했다. 촬영은 최근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 등을 찍은 필립 르 소어드 촬영감독이 했다.

EBS 영화 ‘일대종사’는 28일 밤 10시 55분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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