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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그가 꿈꾸던 삶 “나는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

기사입력 : 2017년 09월 19일 16시 06분
ACROFAN=권오길 | acrofan SNS
사진 : KBS
19일 KBS 1TV에서는 특집 다큐 ‘화가 장욱진 100년의 초대’가 재방송된다.

“가장 진지한 고백, 솔직한 자기 고백이라는 진실을 사람들은 일생을 통해 부단히 쌓아나가고 있나 보다. 그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자신의 소모까지 마다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껏 그림이라는 방법을 통해 내 자신의 고백을 가식 없는 손놀림으로 표현해오고 있다. 화가에게는 문장이 있을 수가 없다. 그림으로 자기 고백을 충실히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여겨지면서, 이제 이곳에 있는 것은 단지 내 그림과의 대화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림과의 대화, 1975년 9월 장욱진 -

■ 배우 최불암이 들려주는 화가 장욱진 이야기

격동의 근현대사, 외래문물의 격류 속에서 흔들림 없이 어디에도 없는 장욱진만의 화풍을 이어간 화가. 자기를 잃지 않고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순수하고 정감 있는 풍경으로 그려낸 화가. 스스로 고독을 선택했던 자유인. 너무도 특출해 누구와도 비교할 상대가 없으며 미술사에 다시없는 그림을 그린 한국미술의 큰 별, 장욱진.

한국 미술사에 길 하나를 낸 사람, 고독하게 그 길을 끝까지 혼자 걸어간 화가 장욱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그림을 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아는 그림이라고. 알 수도 있고 몰랐을 수도 있다. 보았을 수도, 본 적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든 만만하고 친근히 여기는 그림. 장욱진의 그림이다.

23살 차 배우와 화가의 우정…드라마 ‘전원일기’ 김 회장 캐릭터의 원조는 장욱진?

특별한 인연이다. 화가 장욱진과 배우 최불암. 23년 나이 차가 나는 두 사람의 인연은 1970년대 말 한 월간지의 지명 인물 고정 칼럼에 실린 것을 계기로 시작된다. 이름에 ‘불(佛)’자가 들어있음을 특이하게 생각한 장욱진이 배우 최불암을 보고 싶어 했고,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은 시작됐다.

오랜만에 장욱진 고택을 찾은 최불암이 들려준, 누구도 몰랐던 이야기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다. 최불암을 국민 아버지로 만든 드라마 ‘전원일기’ 속 김 회장의 캐릭터 중 많은 부분이 바로 화가 장욱진으로부터 나왔다는 것. 특이한 자세로 그림을 그리고 가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장욱진으로부터 배우 최불암은 ‘전원일기’ 주인공 김 회장의 어떤 모습을 벤치마킹한 걸까?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른의 눈에도 어린아이의 눈에도 친근한 그림. 그래서 화가 장욱진의 그림은 보기에 쉽다. 평온하다. 그 속에 펼쳐진 정겨운 나무, 동산, 집, 마을에 누구나 기대어 쉬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일생의 화업(畵業)엔 자신에게 더없이 엄격하고 오직 그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써버리고 간 치열했던 화가 장욱진의 땀과 성실함이 있다.

‘나는 심플하다’

‘모든 사물과 세계를 똑바로 보라.’

‘작은 것들을 친절한 눈으로 바라보라’ 는 그의 정신과 따뜻한 미술 세계를 통하여, 화가 장욱진이 오늘 이 땅에 전하는 메시지를 돌아본다. 또한, 배우 최불암과 함께 화가 장욱진의 그림과 일생의 궤적을 따라가 보며, 선함과 아름다움과 참됨,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작고 소박한 것들의 의미를 회복하는 시간을 권한다.

■ 최초공개, 장욱진의 미발표 드로잉 80여 점

장욱진의 마지막 아틀리에.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한 초대가 이루어진다. 화가 장욱진이 생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집이자 마지막 아틀리에였던 용인 가옥.

지난 5월 26일, 유족들이 근년에 우연히 발견한 그의 드로잉 그림 80여 점이 전시됐다.

발표하지 않았던 화가의 습작에서부터 작은 소품 그림, 스케치까지도 ‘화가 장욱진’의 이름으로 걸리면 한국 미술계의 대형 사건이 된다. 화가가 굳이 사인을 새겨 넣지 않고 밀쳐 두었던 시간의 메모이자 낙서 같은 그림도 있다.

그러나 가장 진솔한 장욱진 표 그림의 최초 공개 전시를 보기 위해 그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제자들부터 평생 그를 사랑한 팬, 그리고 미술계의 거목들이 장욱진 고택을 찾았다. 그의 마지막 아틀리에는 화가 장욱진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으로 가득 찼다. 장욱진 100년의 초대였다.

■ 장욱진, 그가 꿈꾸던 삶

“나는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

“나는 심플하다”

화가로서 자신을 모두 소진하는 삶을 살았던 장욱진. 누군가는 그를 야인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기인이라 불렀다. 살아서 취한 것이 없었기에 가진 것도 거의 없었다. 위대한 화가가 떠난 후 남은 방에는 거장의 아틀리에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박한 화구 약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흔적들이 전하는 큰 울림. 그 자신이 했던 말처럼, 화가 장욱진은 완벽하게 세상과 자신을 차단한 채 고요와 고독 속에서, 자신을 한곳에 몰아세워 놓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림을 그렸다. 그 궤적이 위대한 이유는 화가의 일생을 관통하는 한결같음에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아니면 그가 ‘휴식’이라 칭했던 술을 마시거나……. 그리고 한 잔 술이 들어가면 장욱진이 가장 많이 했던 말.

‘나는 심플하다!’

“나는 심플하다. 이 말은 내가 항상 되풀이해 내세우는 나의 단골말 가운데 한마디지만 또 한 번 이 말을 큰소리로 외쳐보고 싶다. 나는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 있다.” - 장욱진의 말 중에서 -

■ 화가 장욱진의 삶과 닮았던 그림 세계

“나는 고요와 고독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회색빛 저녁이 강가에 번진다. 뒷산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 놀이 지고 머지않아 달이 뜰 것이다. 나는 이런 시간의 쓸쓸함을 적막한 자연과 누릴 수 있게 마련해 준 미지의 배려에 감사한다. 내일은 마음을 모아 그림을 그려야겠다. 무엇인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장욱진 그림의 무대는 한결같이 시골이다. 집, 산, 강물, 나무, 원두막, 길, 아이. 동물들도 모두 시골마당에서 노는 강아지, 닭, 소, 참새, 까치 등이다. 그리고 하늘의 양쪽을 정답게 채우고 있는 해와 달이 있다. 50년 넘게 그 열 개 남짓한 소재들만 반복해서 그렸다.

그러나 6.25 한국전쟁 시 피난 차 돌아온 고향 세종시에서 암울한 현실을 그림으로 극복하려는 듯 가장 찬란하게 완성해 낸 그의 대표작 '자화상'을 비롯하여, 덕소에서부터 명륜동, 수안보, 신갈 시대로 일컬어지는 장욱진의 그림 작업이 만들어 낸 수많은 '나무', '나무와 새', '마을', '풍경' 등의 작품들 속에선 나무도 새도 동물들도 나이 들어가고 깊어져 갔다. 그것은 화가 장욱진이 한결같이 걸어갔던 치열한 깨달음의 도정임을 알 수 있다.

■ 한국 미술사에 유일했던 이름, 장욱진

“나는 나로서 족하니 남과 비교하지 말라. 비교하면 갈등과 열등의식이 생기고 자아가 망가진다. 그림이란 자아의 순수한 발현이어야 하는데, 비교하다 보면 절충이 돼 나 자신은 사라지고 만다. 남을 인정할 것은 다 인정하고 자기는 자기로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찾고 나를 지켜라. 자유에로의 길이 거기 있다.”

그는 비교라는 말을 싫어했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을 가장 경계했다. 진짜가 아닌 가짜를 미워했다. 그의 말처럼, 장욱진은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그렸다. 그래서 화가 장욱진에겐 비교 대상이 없다. 선생이 남긴 그림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비교하지 말라”

그가 남긴 화두와도 같은 말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장욱진이 세상에 온 지 100년. 많은 이들이 사랑했고 수많은 예술가가 그 정신을 따라가며, 그의 그림으로 위안받는, 위대한 천재 한 명을 만난다. 장욱진이라는 축복, 우리 모두의 유산.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에선 장욱진 탄생 100년 나무전이 시작됐다. 화가 장욱진을 낳은 세종특별자치시는 그의 탄생 100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들을 연말까지 풍성하게 준비하여 사람들을 장욱진의 미술 세계로 초대한다.

특집 다큐 '화가 장욱진 100년의 초대'는 19일 저녁 7시 35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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