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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UTEX 2017] 컴퓨텍스에서 선보인 컴퓨팅 분야에서의 애완동물과 가축의 미래 향방

기사입력 : 2017년 06월 04일 11시 52분
ACROFAN=권용만 | yongman.kwon@acrofan.com SNS
지난 해부터 이전까지의 성격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행사를 구성하고 손님을 맞은 컴퓨텍스는, 올해 좀 더 분명한 변화를 보였다. 최근 컴퓨텍스의 키 테마로 꼽힌 IoT와 관련된 움직임은 컴퓨텍스 전시장의 분위기를 사뭇 바꿔 놓았으며, 컨퍼런스와 이노벡스(InnoVEX)의 관심과 비중 또한 크게 높아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나름 굳건한 소비층이 있는 게이밍과 VR 관련 테마도 메인 컨셉 중 하나로 잡아, 중간이 없는 극과 극들이 만나는 현장이 되기도 했다.

사실 어찌 보면 IoT 컨셉이라 해서 모두 ‘산업용’으로 바뀌는, 재미없는 판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 사용자들이 손에 들고 사용하는 PC와 모바일 디바이스들 또한 전체 IoT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버와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 생태계 또한 IoT와 AI라는 차세대 키워드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변화가 확 느껴진 이유는, 예전처럼 주요 키워드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존재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개 개인 사용자이자, 생태계 전반에 걸친 관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올해 컴퓨텍스에서 눈에 들어온 것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가축과 애완동물을 다루는 방법이 어떻게 각자의 길로 멀어져 가는가를 보는 느낌이었다. 목적 달성을 위한 ‘가축’같은 존재인 서버 등의 인프라는 점점 낭비를 줄이고 고집적 고효율을 끊임없이 지향하고 있다면, 사용자의 취향이 곁든 ‘게이밍 PC’는 비주얼이나 공간 등에서 이미 낭비를 넘어 집착의 예술로 승화되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 올해의 화두는 NVMe, 특히 교체 가능한 NVMe 드라이브의 RAID가 눈에 띄기도 했다

지금까지 컴퓨텍스는 x86 기반의 PC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클라우드와 IoT 등의 테마와 함께 x86 기반 서버 생태계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예를 들면, 델(Dell)은 이번 컴퓨텍스를 통해 신형 게이밍 PC를 공개했지만, 부스에서는 x86 서버와 IoT 게이트웨이, 서비스 등을 더 중요하게 다루기도 했다.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는 인텔이 대부분의 주제에 참여했고, 엔비디아나 ARM, 퀄컴 등도 컨퍼런스에서 꽤 비중 있게 등장했다.

그리고 올해 부스에 선보인 서버 인프라들의 가장 큰 주제는 NVMe였다. 특히 이 부분은 인텔이 차세대 제온 시리즈, ‘제온 프로세서 스케일러블 패밀리’의 발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SATA나 SAS를 기반으로 했다면, 올해의 ‘제온 프로세서 스케일러블 패밀리’ 이후로는 이를 NVMe 기반 플래시 스토리지가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사실 NVMe가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해결해야 될 몇 가지 과제도 있었다. 첫 번째는 폼팩터의 호환성과 가용성, 관리 편의성을 위한 ‘핫 스왑’을 지원하기 위한 물리적 대응이 있고, 두 번째로는 PCIe에 직접 연결되는 이 스토리지에서 어떻게 고가용성을 위한 RAID를 OS 이전에서 해결할 수 있는가가 있다. 또한 프로세서에 종속된 PCIe 레인 수에 따른 설계의 문제 등도 있을 것인데,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이번 컴퓨텍스에서 꽤나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아마, 기존의 SAS 기반을 약간 변형해 대응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미 이런 형태로 대응하는 하드웨어들이 몇몇 서버 업체들에서 보이기도 했다. 또한 두 번째 문제에 대한 실마리는 VROC인데, 기존 PC에서 PCH와 펌웨어로 해결하던 레벨을 프로세서와 펌웨어로 해결한다는 발상은 참신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미 PC에서는 RST 15 이상에서 PCH가 비슷한 형태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 게이밍 노트북을 위한 새로운 대안인 ‘외장 GPU’ 박스는 이제 실마리를 찾았다

서버 쪽이 좀 더 고밀도, 고성능의 사육장 같은 환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같은 고성능이지만 게이밍 PC는 넓은 집에 부자 주인과 함께 사는 ‘애완동물’ 같은 대접이다. 인프라 쪽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효율성과 밀도 같은 부분도 심리적인 한계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면, 취향에 따라 납득하고 넘어가는 걸 넘어 낭비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심리적 만족감으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이 또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관점에 따라서는 별 의미 없을 것을 추구하는 모습도 있다.

올해 컴퓨텍스에서 게이밍 PC의 흐름으로는 ‘휴대성을 갖춘 게이밍 노트북’과 ‘크고 아름답고 빛나는 게이밍 데스크톱’을 꼽을 수 있겠다. 먼저, 무겁고 거대한, 노트북보다는 데스크북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던 게이밍 노트북은 어느 새 성능을 높이면서도 일반적인 노트북들의 크기와 무게를 달성해 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 게이밍 노트북으로, 이동하면서 하이엔드 게이밍을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사실 노트북이란 가볍고 성능이 적당하면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게이밍 노트북들에서, 또 한번의 ‘게임 체인저’는 최근 로열티 프리 조건으로 풀린 ‘썬더볼트 3’가 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USB Type-C 포트에 통합될 수 있는 썬더볼트 3는 노트북 밖으로 PCIe를 연장, 외장 그래픽카드나 스토리지를 고속 연결해, 노트북에 확장성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다. 물론 현재의 x4 레인 정도로 최신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모두 뽑을 수는 없긴 하겠지만, 전력 소비와 발열의 한계를 밖으로 빼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큰 만큼 앞으로 관심이 높아지지 않겠나 기대된다.

 
▲ 게이밍 데스크톱은 전력으로 더 호화롭게, 그리고 더 잉여롭게 변해가는 느낌이다

반면 게이밍 데스크톱은 경쟁적으로 ‘크고 아름답고 빛나는’ 요소로 큰 덩치와 화려한 LED 장식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미 순수하게 성능으로 경쟁하기에는 부품 조합과 성능이 다들 평준화된 상황에서, 차별화를 위한 마지막 남은 길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별 의미 없을 수 있는, 화려한 LED 장식이 된 수냉 쿨러와 케이스, 각종 부품들이 어느새 경쟁력으로 꼽히는 상황에 왔다. 개인적인 소회야 어떻든 간에, 올해의 흐름은 이런 모습이었다.

한편 이런 추세는 아무래도 메인스트림 이상 급의 제품에서 가격대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는 데서 약간 아쉬움도 생긴다. 당장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에서 중급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고르면, 화려한 LED 장식에 비해 뭔가 기능적으로 아쉬운 것들이 보이던 아쉬움도 있다. 그래픽카드 또한, 퍼포먼스 급 카드의 가격대는 거대한 쿨러와 함께 꽤 올라가 있는 상태고, 거의 예외없이 오버클록킹 되어 있다는 점 등에서, 심리적인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나마 이렇게 화려한 LED 경쟁으로만 보일 수 있었던 하이엔드 게이밍 PC에서 올해의 희소식이라면 양대 프로세서 제조사의 신제품 발표가 있겠다.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 X-시리즈’와 AMD의 ‘라이젠 쓰레드리퍼’ 모두 하이엔드 게이밍을 포함하는 하이엔드 데스크톱 PC 시장을 노리는 프로세서와 플랫폼들이다. 물론 메인스트림 급보다 비용 대비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화려한 기능과 확장성, 높은 절대 성능을 갖춘 이들 프로세서와 플랫폼은 화려한 하이엔드 게이밍 PC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싶은 느낌도 있다.

일상적인 컴퓨팅 수요에서는 이미 높은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인지라, 이런 ‘돈 쓸 준비 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방법론은 꽤 성공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최신 게이밍 환경을 위한 하드웨어의 가격대가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게 되면, 소프트웨어 또한 향후 어느 정도 범용성에 맞춘 조정을 거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구형과 신형 PC의 성능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평도 이런 조정 기간을 거친 결과로 볼 수도 있겠다. 언제나 지나친 무리수는 독이 된다.

 
▲ 이 양쪽을 모두 볼 수 있다는 데서, 컴퓨텍스는 여전히 흥미롭고도 어려운 행사다

한편 이 양 쪽 입장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으로는 ‘무어의 법칙’에 대한 달성 여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의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더 달아야 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애플리케이션 워크로드 레벨에서의 달성 여부로, 프로세서 내, 외부의 ‘가속기’와 프로세서의 새로운 명령어 셋 등으로, 이를 모두 감안한 달성 여부라면 아직 몇 년은 더 법칙을 달성해낼 수 있을 것이고, 현실적인 의미 또한 충분하다고 본다.

사실 이 성능 향상의 법칙이 예전만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현실적 사정이 있지만, 소프트웨어들이 최신 프로세서가 가진 멀티코어 특성이나 최신 명령어 등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크지 않나 싶다. 그리고 최신 기술에 대응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들이란, 사실 기존의 것으로 어느 정도 충분한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나 싶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최신 프로세서들이 다시금 코어 수를 늘려 가는 것은, 또 한 번 변화의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동물이라도, 가축과 애완동물의 삶은 아주 드라마틱하게 다르다. 한 쪽은 정말 ‘효율’만을 추구하게 되는 반면, 다른 쪽은 여러 가지 비효율이 자기 만족의 영역에서 호사 정도로 용인되기 때문이다. 물론 양쪽 모두 예전부터 있었던, 바람직한 방향으로도 볼 수 있을지언데, 이런 움직임의 현재 시점에서의 극한을 하나의 행사장에서, 전반적인 컴퓨팅 생태계로 묶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컴퓨텍스가 가진 여전한, 오히려 예전보다 더 선명해진 ‘관심 가져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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