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장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 센터장 임정욱)가 주최하는 스타트업 대상 네트워킹 모임인 ‘테헤란로 커피클럽’이 2월 22일 아침, ‘피봇팅’ 특집으로 열렸다. ‘피봇팅(pivoting)’이란 기존 사업의 시장성 등을 고려해 진행해오던 사업 아이템을 포기하고 방향전환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최초 개인 라디오 ‘스푼’을 운영 중인 최혁재 마이쿤 대표와 개인 취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상품을 제공하는 ‘지그재그’의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가 연사로 참석했다. 최혁재 대표와 서정훈 대표는 ‘스타트업 피봇팅’을 주제로 자신의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 행사는 연사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고, 참석자 간 네트워킹을 하는 시간이 이어져 총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마이쿤의 최혁재 대표는 스마트폰 충전장소와 SNS를 연계하여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을 때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주는 O2O 서비스 ‘만땅’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500Startups의 투자를 받고 실리콘밸리를 경험하고 돌아왔지만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6가 배터리 일체형으로 출시되며 서비스 자체가 폐지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과감한 결단에도 회사 사정이 좋아지지 않자 최혁재 대표는 구성원들이 가진 업무의 역량부터 차근차근 전환하기 시작했다. 영업 인력이 마케팅을 배우기 시작하고 O2O 전문가가 온라인 광고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 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마이쿤은 사용자라면 누구나 버튼 하나로 오디오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스푼’을 출시하고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최혁재 대표는 “피봇팅을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자, 사용자의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꾸준히 성장하는 성과 지표를 보여주다 보면 스타트업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연사인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는 ‘지그재그’를 출시하기 전 이미 두 번의 각기 다른 모바일앱 제품을 내놨었다. 아이디어를 빼앗길까봐 외부에는 비밀로 하고 1년간 개발했던 글로벌시장 겨냥 스포츠앱 서비스는 막상 출시하자 해당 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사용자들의 취향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실패했다. 오히려 가볍게 개발해 소비자의 작은 반응이라도 매일같이 확인해 고쳐나간 모바일 어휘학습 앱 ‘비스킷’이 에듀테크 분야에서 작은 성공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서정훈 대표는 스타트업이라면 소비자의 의견과 그 본질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고집을 접고 누구나 쉽게, 그리고 매일 이용하는 의식주에 기반한 시장에서 제품 아이디어를 찾았다. 이후 개인 취향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여성 의류 쇼핑몰과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지그재그’를 2015년 6월 출시하고 월 150만명, 하루에 35만명이 쓰는 서비스로 키워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이자 쿠팡과 배달의민족의 초기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에 서비스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작년 4월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서정훈 대표는 “기존에 운영해오던 서비스를 바꾸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실패의 과정에서 깨달은 교훈을 새 서비스 운영에 도입한다면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이루어진 네트워킹 시간에는 참가자들에게 마이크가 차례대로 넘어가며, 자신이 하는 일과 관심사항을 짧게 소개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날 개최된 64회 테헤란로 커피클럽에는 스타트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의류 쇼핑몰 관계자들도 참석해 마이쿤과 크로키닷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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