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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트랜드 2 : 디렉터즈 컷 (PS4)

기사입력 : 2016년 05월 29일 03시 42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게임 그 자체보다, 게임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가 더 레전설이 된 게임이 몇 있다. 그중에서도 '웨이스트랜드 2'는 원작자의 집념과 희생이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이 쪽 게임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무슨 로망처럼 그 단어를 알아듣게 만드는 그 정도 경지에 오른 형편이다. 파생작이 무려 '폴아웃'인 그런 작품인지라, 그래서 더 경이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게 좀 있다.

어떻게 보면, IT 산업의 대세인 클라우드 펀딩이 아니었다면 그냥 인간시대 류의 구전설화에서 끝났을지도 모를 게임이다. 지난 2012년에 킥스타터로 펀딩에 성공하고, 출시도 1년여 지연되었지만 팬들은 물론 개발자들 스스로의 몸빵으로 기어코 완작을 해냈으니 여러모로 대단하기가 참 이를데 없는 게임이 '웨이스트랜드 2'다.

그런 '웨이스트랜드 2'가 콘솔 버전으로 나오면서 PC 버전에서 나름대로 진행된 알파/베타 테스트(?)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문제들을 해결했다. 게다가 게임성 측면에서 보다 보강이 이뤄지면서, 완전판 차원으로 '웨이스트랜드 2 : 디렉터즈 컷'이 나오게 되었다. 본작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한글화 버전이 나오면서 언어의 압박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축복. 왜 축복이냐면... 이 게임 텍스트 분량이 가히 엄청나다.

 
▲ 코만도스 이후로 비슷한 것을 보기도 힘들었었는데... 새삼 나이가 느껴진달까?

없는 살림으로 만들었다 싶은 부분은 그냥 오프닝에서 딱 드러난다. 뉴멕시코 사막 쯤 되어 보이는 곳에서 배우 써서 그냥 녹화. 요즘 게임들은 대개 CG 하우스에 맡겨서 리얼계 보다는 환타지스럽게 더 있어 보이도록 강화 과정을 거치는데, 그냥 다른 대원 장례식 하는 모습으로 그냥 때워낸다. 그런데 이게 게임 전체를 통털어서 가장 좋은 화질이다.

인게임 비주얼은 그야말로 90년대 도스 게임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시각적으로 가장 유사한 경험은, 개인적으로는 코만도스 시리즈가 딱 떠올랐다. 웨스스트랜드 1편은 솔직히 못 해봤고, 폴아웃 시리즈도 엔딩까지 간 것은 아니다 보니 패턴 타입으로 찍어 본다면 코만도스가 가장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물론, 다른 부분이라면 현실세계 속 군대처럼 돌격소총에 고폭탄이 대인전에서는 지존이시라는 점 정도. 게임 자체가 장르가 엄연히 롤플레잉이므로, 이에 따른 상관관계가 전체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만, 포스트 어포칼립스라는 상황적 배경이 현재의 상식을 엄연히 깨지도록 유도되는 측면이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밸런스가 엉망인 게 더 리얼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된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니까. 어차피 그 '불공평'을 다 같이 공평하게 나눈다면 그게 또 나름대로 봉인 효과가 나는 꼴이 되겠고. 좋게 보면 이렇게도 되겠다.

 
▲ 캐릭터 특성과 속성에 맞춰 무기와 보급을 결정지어야 된다. 모든 설정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게이머를 편하게 해주는 시스템 빌드가 당연시되는 측면이 있는데, 과거에는 그런 거 당연히 없었다. 요즘 게이머들은 정말 세상 편하게 사는 것이, 불과 윈도우 98 시절에만 하더라도 게임 프레임 때문에 게이머들이 동호회에서 그래픽 드라이버랑 메인보드 바이오스 트위킹 하고 그랬다. 윈도우 XP 이후에야 라이브러리 에디트가 나온 거지, 예전에는 시스템 레벨까지 노가다가 당연했다. 이 게임의 1편이 나왔던 때야 그 정도가 더 터프했던 시절. 그래서 그러는 건가 싶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게임이 정말 옛날 방식이구나 싶은 것은, 모든 액션의 결과가 랜덤이라는 점이겠다. 세이브 에디트로 별거 별거 다 해놔도 뭔가 해보면 그야말로 로또다. 그러다보니 괜스레 노가다도 끝이 없다. 옛날 게임들이 대개 이러해서, 옛날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요즘 트렌드로만 본다면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그런 룰이 지배하는 게임이다. 불편을 탓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데 사실 이게 복각한 측면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될 것 같다. '디렉터즈 컷'을 돈 받고 팔면서도 안 고친 거 보면, 그냥 진짜 이러고 싶었던 것 같다.

'웨이스트랜드 2 : 디렉터즈 컷'에서는 마치 멈춰있었던 수레바퀴가 벼락 맞고 갑자기 돌기 시작하는 그런 포스가 느껴진다. 정확하게 본다면, 폴아웃 1편 이전에 멈췄던 그 무언가가 되살아났다. 어느 정도 30년 전 게임이지만 15년 전쯤으로 워프해 15년의 시간 격차를 줄였다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볼 수 있겠고. 그런 여건에서 요즘의 기술력을 더해 무언가 다른 방향을 지향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런 분위기가 엿보인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 그 자체보다 다른 걸로 더 재미있게 놀 것 같은, 그런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그런 게임이다.

 
▲ 소위 서양식 롤플레잉의 클래식함이 골수에 뻗히는 게임이다. 각오하고, 즐기자.
 
청소년이용불가 / 평점 : 9점(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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